서울에 사는 주은영(45·가명)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집 근처 병원과 약국을 찾았다가 발을 동동 굴렀다. 주씨는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구하러 갔는데 품절돼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약국에선 예약제로 진행 중이라고 해서 일단 대기자 명단 햇살론 조건 에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가 찾은 병원 입구엔 이미 마운자로 원내 처방 재고 품절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마운자로는 지난달 20일부터 국내 병원과 약국에 본격 유통됐지만, 이후 찾는 사람이 몰리면서 현재 이처럼 품절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부 환자가 한 번에 마운자로 여러 개를 처방 청약통장 통합 받아 사재기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소비자는 “마운자로를 처방받기 위해 매일같이 병원을 찾았지만 열 번 넘게 허탕을 쳤다”며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다른 지역까지 가서야 겨우 구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그 지역이 어디냐”고 묻는 다른 소비자 댓글이 잇따랐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위고비’에 이어, 위고비의 강력한 대항마로 주목받는 마운자로가 최 투룸쓰리룸 근 가세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상반기 2718억원 규모로 위고비 출시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51.5% 성장했다.
앞서 노보노디스크(덴마크)가 선보인 위고비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올 2분 우리은행 mi대출 기 82.0%를 점유하고, 1338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만큼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위고비 출시 직전인 지난해 3분기만 해도 474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위고비의 출시로 1개 분기 만인 4분기에 97.9% 증가한 938억원이 된 바 있다. 이렇게 터줏대감이 된 위고비가 있는데도 마운자로가 품절 대란까지 일으킬 만큼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똑같이 주 1회 주사를 맞아 투여하는 방식이라 편의성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운자로 평균 20% 감량…위고비는 14% 우선 약효가 뛰어나다는 입소문 때문으로 풀이된다. 닥터리가정의학과의원 이진복 원장은 유튜브를 통해 “위고비는 (체중의) 16%, 마운자로는 최대 25%까지 감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위고비는 음식 섭취 때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호르몬의 반감기를 늘려 포만감을 지속시킴으로써 체중 감량을 유발한다. 반면 마운자로는 위고비보다 늦게 나온 치료제라 GLP-1 수용체와 함께 위 억제 펩타이드(GIP) 수용체를 자극한다. GIP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고 포만감을 높인다. 두 가지 동시 작용으로 한층 강한 효과를 낸다는 얘기다. 또 위고비는 0.25㎎에서 2.4㎎까지 5단계로 투여량을 늘리지만 마운자로는 2.5㎎에서 15㎎까지 6단계로 늘릴 수 있다. 아직 2.5㎎와 5㎎ 제품만 출시됐지만 연내 고용량 제품도 출시될 예정이다. 마운자로를 개발한 일라이릴리(미국) 측은 미국에서 72주간 진행한 마운자로의 임상 3상에서 참여자 751명 체중이 평균 20.2% 줄어 위고비(13.7% 감량)보다 강력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위고비의 임상 결과가 더 뛰어나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임상에서 일라이릴리 측은 마운자로의 10㎎ 및 15㎎ 고용량 제품을 기준으로 삼은 반면 위고비는 1.7㎎ 및 2.4㎎ 용량을 사용했는데, 같은 용량에선 둘의 체중 감량 효과가 비슷하거나 위고비가 근소하게 앞선다”며 “노보노디스크 측이 6개국 196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68주간 진행한 임상에선 환자의 약 3분의 1이 (위고비로) 평균 20% 이상 체중 감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위고비가 축적한 임상 데이터는 마운자로보다 많아 안전성에서 더 검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2년 위고비를 12세 이상 고도비만 청소년의 비만치료제로 허가했고, 한국에서도 노보노디스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같은 내용의 허가를 신청해 현재 심사 중이다.
위고비
마운자로
시장이 주목하는 또 하나는 마운자로의 가격이다. 마운자로는 세계 최대 비만치료제 시장인 미국에 먼저(2023년 11월) 출시됐는데 비슷한 용량일 때 가격이 위고비보다 저렴해 지난해 12월부터 위고비 판매량을 넘어섰다. CNBC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시장점유율은 마운자로가 53.3%, 위고비는 46.1%다. 한국에서도 마운자로는 가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 마운자로를 유통하는 한국릴리는 마운자로 출고가를 2.5㎎ 제품 기준 위고비보다 25% 저렴한 27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위고비 출고가는 0.25㎎, 0.5㎎, 1.0㎎, 1.7㎎, 2.4㎎ 등 5개 단계 제품 모두 펜(주사제 단위)당 약 37만2000원(4주분)이었다. 마운자로가 이처럼 가격을 낮춰 국내에 선보이고 품절 대란을 일으키자, 노보노디스크는 국내 위고비 공급가를 용량별로 10~40%가량 낮추면서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나섰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위고비 용량별 최저가는 0.25㎎ 23만원, 0.5㎎ 25만원, 1.0㎎ 27만원, 1.7㎎ 35만원, 2.4㎎ 39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마운자로 최저가는 2.5㎎ 29만원, 5㎎ 38만원으로 용량을 고려하면 아직 마운자로가 더 저렴하다. 업계는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 고조로 수요가 더 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 고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89억 달러(약 12조3500억원)에서 2030년 540억 달러(약 74조9300억원)로 6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도 지난해 2006억원에서 2030년 7253억원으로 3.6배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단순히 가격 인하 경쟁 때문에 나온 것만은 아니다. 업계가 지금의 위고비나 마운자로보다 편의성에서 훨씬 뛰어난 경구용, 즉 알약으로 먹는 방식의 비만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이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각각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다음 타자로 경구용 ‘세미글루타이드’ ‘오포글리프론’을 준비 중이다. 특히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임상 3상에 진입하면서 체중 감량 효과와 내약성에서 긍정적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시장 조사 업체 그로쓰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오포글리프론이 글로벌 경구용 비만치료제 시장 선두주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비만은 단기 치료로 끝나지 않고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며 “환자가 일상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심리적 부담감 없이 꾸준히 투약할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알약 제품도 개발해 지난 4월 미국에서 신약 허가를 신청했고 연말 승인이 예상된다. 화이자(미국)·머크(독일)·아스트라제네카(영국)·로슈(스위스) 등 다른 글로벌 제약사도 경구용 비만치료제 시장 진입을 위한 임상을 한창 진행 중이다. 국내 업계도 이런 경쟁에 가세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장에서 국산 제품으로 맞붙을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안에 경구용 제품 HM101460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한편, 내년엔 주사형 제품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2027년 에페글레나타이드로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는 경구용 제품의 임상 2상 진입을 앞뒀다.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는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패치형 제품은 알약보다도 편의성이 뛰어나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며 “2028년 상용화가 목표”라고 전했다. 디앤디파마텍은 개발 중인 경구용 제품의 북미 임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HK이노엔은 중국 바이오 업체와 손잡고 개발 중인 ‘에크노글루타이드’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을 올 상반기 시작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껏 비만치료제 경쟁에선 체중 감량 효과가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경쟁 격화에 제네릭(복제약) 시장까지 열리면서 가격 경쟁력과 투약 편의성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론 투약 편의성이 더 중요해질 것” 다만 업계가 시장 경쟁 격화를 의식한 과잉 홍보로 소비자를 비만치료제가 내포한 부작용 가능성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도록 해선 안 된다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예컨대 위고비나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성인 비만 환자 또는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한테만 처방하도록 돼 있다. 과체중 환자가 사용해도 구토·설사·변비 등 위장관계 이상 반응과 발진·통증·부기 등 주사부위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저체중 혹은 정상 체중인 사람은 체중 대비 혈중 약물 농도가 더 높아 부작용이 더 크게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체중 또는 정상 체중인 사람까지 미용 목적으로 비만치료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검사 등이 필수가 아니다보니 소비자가 BMI를 허위로 기재해도 비대면진료 플랫폼 등에서 처방하는 게 가능해서다. 대한비만학회는 성명에서 “비만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면 치료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