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넘겨보다가 까만 바탕 위에 드러나지 않으려고 용을 씀에도 보이고야 마는 스티커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제작 뒤 잘못이 발견되어 붙인 스티커입니다. 스티커를 떼어내 ‘대체 뭐 잘못했길래’ 하려다 일일이 그걸 붙였을 수작업을 떠올렸습니다. “(파주에 있는 물류 센터로 가서) 2000부니까 편집부 전 직원이 동원되어서 딱, 딱, 딱. 아시죠? 이게 하다 보면, 책을 펴기만 해도 스티커 붙일 부분이 딱 나옵니다.”
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l 스타이스와프 렘 지음, 정보라 옮김, 현대문학(20바다 이야기 다운 25)
‘있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편않)에 나오는 윤수의 말입니다. 책은 일곱명의 출판편집자가 ‘있지 않은 북클럽’ 모임을 가진 뒤의 이야기를 묶었습니다. 각자 자기소개 뒤에 (실재하는) 읽지 않은 책(‘상실의 시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을 써놓았는데,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릴게임환수율 책에 취향이 드러나는 것이 재밌습니다. 피에르 바야르의 책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패러디했다고 하는데, 최근 정보라 소설가의 번역으로 나온 스타니스와프 렘의 ‘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현대문학)도 있지 않은 책에 대한 서평과 서문입니다. 앞의 말에서 윤수는 스티커 작업을 ‘-1을 0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하면서, 직장인상승주식 유형을 ‘-1을 0으로’ ‘0을 1로’ ‘1을 10으로’ ‘10을 100으로’ 만드는 사람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은 마이너스의 나락을 갔다가 0으로 돌아오는가 했는데, 또 -1과 0을 왔다 갔다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역사에 스티커를 붙일 수는 없는 일. 지금의 ‘마이너스의 손’들을 잘 기억했으면 합니다. 구둘래 기자 a온라인야마토릴게임 nyon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