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마닐라 의회에서 열린 '마약과의 전쟁'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필리핀 중간선거(총선·지방선거)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시장직에 ‘옥중 당선’되며 건재한 정치적 영향력을 입증했다. 상원 의원 선거에서도 두테르테 진영이 예상 밖 선전을 보이며 그의 딸 새라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벼랑 끝에 몰렸던 두테르테 가문의 반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낮 개표율이 80%에 달한 가운데, 선거 최대 관심사인 상원(전체 24석 중 12석 선출) 선거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바다이야기모바일
통령 측이 6석, 두테르테 전 대통령 측이 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나머지 한 석은 양 진영 모두에 비판적인 무소속 후보가 유력하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마르코스 진영이 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득표율은 기대에 못미쳤다. 앤서니 로런스 보르자 마닐라 드라샐대 부교수는 블룸버그에 “선거 결과는 필리핀 사회에서 마르코스 지신라교역 주식
지율 하락과 ‘두테르테’ 브랜드 부활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이번 선거는 필리핀 정치를 양분해온 마르코스 가문과 두테르테 가문 간 대리전으로 여겨졌다. 2022년 대선에서 손잡고 당선된 두 가문은 친중(두테르테)·친미(마르코스) 등 외교 노선과 개헌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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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이 중간선거가 치러진 12일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의 투표소에서 선거를 마친 뒤 손가락에 묻은 잉크를 보여주고 있다. 다바오=AP 연합뉴스


여기에 새라 부통령이 지난해 11월 “나를 노리는 세력이 있다. 내가 암살될 경우 마뽀빠이릴게임
르코스 대통령 내외를 죽이라”고 경호원에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친마르코스파로 구성된 하원은 올해 2월 대통령 암살 모의 혐의로 새라 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탄핵이 성립되려면 새로 구성되는 상원에서 3분의 2(1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이번 선거로 두테르테 진영의 대거 의회 입성이 예고되며 부결 가능성이 커졌다KT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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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전 대통령도 ICC에 수감 중인 상태에서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 시장 선거에 출마해 압승을 거뒀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경쟁자보다 8배 이상 많은 표를 얻었다고 전했다. 다바오시는 그가 대통령 당선 전까지 22년간 시장을 지낸 ‘정치적 고향’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3월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 ICC 구치소에 갇혀 있다.
국제 범죄 피의자 신분이지만 유죄가 확정되지 않아 출마는 가능했다. 다만 수감 상태인 만큼 막내 아들이자 부시장에 당선된 세바스찬 두테르테가 직무 대행을 맡을 전망이다. 새라 부통령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가 취임선서를 어떻게 할지 변호사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